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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2

 

 

성공적인 직원경험 디자인하기

 

직원경험은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겪는 다양한 경험 세계를 통칭합니다. 직원의 경험을 ‘관리’한다는 것은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 무슨 경험을 하고 그것을 왜 중요시하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파악된 경험 정보들을 관리와 설계가 가능한 수준으로 체계화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직원경험 디자인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직원경험을 관리하기 위한 주요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직원 생애주기(Emplo-yee Life Cycle)’로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기까지 직장 생활의 전 생애를 의미합니다.

직원들은 생애주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들을 하게 되는데 어떤 직원은 입사 시점에 평생 잊지 못할 사건을 경험하게 되어 그 직장에 평생 몸담기로 마음먹고 또 어떤 직원은 고성과자임에도 동료들과의 친밀한 관계 맺기 경험 없이 홀로 외로이 깊은 내적 갈등과 권태기에 빠져 다른 조직으로 이직합니다. 즉 직원의 경험은 매우 다양하고 특정 시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 전반에 형성되므로 직원경험은 포괄적, 총체적 관리가 바람직합니다. 

두 번째 관리 포인트는 ‘중요 사건(Moment Of Impact : MOI)’입니다. 중요 사건은 직원의 삶에 상당한 영향력을 준 기억에 남을 만한(Memorable) 구체적인 사건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중요 사건’이라고 언급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직원경험 관리는 직원의 시시콜콜한 모든 경험 사건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에 영향을 줄 정도의 중요한 경험 사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댄 & 칩 히스 형제는 ‘순간의 힘(The Power of Moments)’이라는 책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강렬한 순간은 어떻게 결정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들은 경험의 4가지 원리를 소개합니다.

황홀감(Elevation)을 느낄 만한 사건을 경험했거나, 깊은 통찰(Insight)을 얻게 만든 사건을 경험했거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Pride)을 느끼게 만든 사건을 경험했거나, 타인과의 교감(Connection)이 형성되었던 사건은 인간의 기억에 오래 유지되고 삶의 중요한 순간으로 인식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1년을 돌이켜보았을 때 어떤 경험이 기억에 남아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대개는 이 네 가지 속성을 지닌 사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효과적인 직원경험 관리를 위해서는 직원들이 주로 어떤 경험 사건에 강한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세 번째 관리 포인트는 ‘핵심 경험 변수(Key Experience Factor : KEF)’입니다. 핵심 경험 변수는 직원들이 중요 사건(MOI)을 경험하게 된 본질적인 이유이자 속성을 의미합니다. 이 속성은 보기 드문 사건이 아니라 자주 관찰되는 중요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하며 관리가 가능한 몇 개의 것들로 중심화되고 측정 가능하도록 표준화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가 상사에게서 기계적으로 하달되어 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고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불분명할 때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면 업무에 상당한 재량권과 자율성이 부여되어 자신의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그 업무에 관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해당 업무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식하게 만든 이유이자 속성은 바로 ‘일의 의미감(Meaningfulness)’입니다. 딜로이트는 2017년 보고서에서 미국 직장인들이 경험하는 5가지 핵심 경험 변수를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일의 의미감, 조직의 지원감, 긍정적인 조직 풍토, 성장의 기회, 리더에 대한 신뢰감을 들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 모두 중요한 경험 속성들이며 이것들이 존재하거나 부재함에 따라 직원들은 다양한 긍정 사건과 부정 사건을 경험한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직원경험 설계의 4단계

그렇다면 직원들의 부정적인 경험을 줄여주고 긍정적인 경험을 늘려 주기 위해 어떻게 직원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까요. 크게 경험의 감지, 진단, 설계, 실행 4단계로 요약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경험 감지(Sensing)는 직원들로부터 중요 사건을 수집하는 단계입니다. 전사 구성원으로부터 수집할 수도 있고 대표성 있는 표본으로 제한해 수집할 수도 있습니다.

센싱의 방식에는 전통적인 데이터 수집 방식인 설문지법, 면접법, 관찰법, 집단토의법 등에서부터 RFID 센서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적인 수집 방식까지 다양합니다. 특히 빅데이터를 활용한 방식은 직원들의 경험 상태를 수시로 포착해 신선도 높은 경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2단계 경험 진단(Diagnosis)은 1단계에서 센싱한 경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전사 직원경험 수준과 상태를 진단하는 단계입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은 핵심 경험 변수의 긍정 빈도와 부정 빈도를 분석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전사 수준에서 5개의 핵심 경험 변수를 도출했다면 사업부, 직급, 연령(세대), 재직 기간 등으로 클러스터링한 그룹 단위로 핵심 경험 변수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그룹에서 어떤 긍정 또는 부정 경험들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룹 간의 편차가 존재하는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빈도 분석 이외에도 직원경험 여정 맵(EX Journey Map), 직원경험 플로우차트(EX Flowchart) 등 다양한 직원경험 진단 도구들을 활용해 보다 입체적으로 직원경험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3단계 경험 설계(Design)는 2단계에서 진단된 내용을 근거로 부정 경험을 최소화하고 긍정 경험을 최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을 설계하는 단계입니다. 설계의 대상은 비전 수립, 행동 강령(일하는 방식) 제정, HR 제도 구축, 교육 설계, 리더십 역량 개발, 조직문화 관리, 변화관리 등 조직관리의 거의 전 분야가 해당됩니다.

직원경험 전담 부서 신설, 직원경험 TFT나 협의체 운영, 내부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협업 플랫폼 구축, 단기 해커톤 운영 등 솔루션을 도출하는 주체와 방식에는 정답이 없지만 어떤 접근법을 택하든 직원들의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4단계 경험 실행(Execution)은 3단계에서 제안된 경험 설계안을 실행하는 단계입니다. 특정 부서나 팀을 선정해 파일럿으로 실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점차 전사로 범위를 확대하는 디자인 싱킹 스타일의 실행 방식이 선호됩니다. 하지만 사안의 중요도나 설계안의 적용 난이도에 따라 처음부터 전사에 전격 실행하는 방식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경험 실행 후에 직원경험의 만족도(Output)가 실제로 개선되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직원경험의 만족도 제고를 통해 조직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결과 지표(Outcome), 가령 업무 몰입도, 이직률 등을 상정하고 그 지표가 향상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직원경험 설계에 앞서가는 기업들

인도계 글로벌 IT 서비스기업인 HCLT의 CEO 비니트 나야르는 직원 중심의 회사 운영 철학을 수립하고 여러 가지 파격적인 변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첫 번째는 모든 직원들에게 사업부 수준 이상의 재무·회계 정보를 개방한 것이고 두 번째는 직원들이 CEO를 포함한 다른 리더들에게 솔직한 질문을 할 수 있는 포털을 제작한 것, 세 번째는 HCLT의 관리자들이 종래에 비공개이던 비즈니스 계획을 전 직원에게 투명하게 공개한 것입니다.

HCLT의 고위 임원과 고객사가 회의하는 모든 과정이 직원들에게 생중계된 것은 유명한 일화인데요, 이러한 조직 운영 방식은 과히 직원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BM은 자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구성원이 입사 후 가입한 사내 커뮤니티, 과거에 수강한 교육 과정,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등을 모두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교육 여정을 ‘추천’합니다.

직원들이 참여할 교육 프로그램을 HRD 부서에서 수동적으로 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개별 직원이 지금껏 어떤 경험을 해왔는지를 정교하게 파악해서 필요한 역량과 경력 개발을 위해 도움이 되는 학습 로드맵을 추천해 주는 것입니다. IBM의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구성원이 조직에서 여러 교육을 수강하며 축적해 가는 경험에 관한 만족도가 높을수록 회사의 수익이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기가 CEO의 확고한 ‘경험 중시’ 철학이 직원경험 설계의 추진 동력으로 작동한 사례입니다. CEO는 모든 직급의 직원들과 수시로 대면 회합을 갖고 회사의 미션과 비전을 직접 전파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현장에서 청취합니다.

최근에는 리더 상향평가를 시행함에 있어 고객경험관리에서 자주 사용하는 순추천 고객 지수인 NPS를 활용한 ‘리더 추천도’를 평가 항목에 탑재해 직원들이 실제 경험한 리더십을 평가하고자 했습니다. 평가 후 리더십 개발이 필요한 리더들은 차별화된 코칭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보다 나은 경험 제공자가 되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한 재직자들이 회사 생활을 여과 없이 촬영해 보여주는 직장인 브이로그도 제작합니다. 잠재 지원자들로 하여금 제조업체의 무거움에서 벗어나 보다 친근한 기업 이미지를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기아는 직원경험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가진 대기업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이 젊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표방하는 조직문화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감 넘치고 도전을 즐기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일과 삶을 즐기는 인재상을 이상적인 인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10가지의 ‘젊은 마음 모드(Young Heart Mode)’를 제정해 현장감 있는 경험의 언어로 직원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또한 ‘기아 정신(Kia Spirit)’ 행동 가이드를 동영상 형태로 제작했는데 사내 직원들의 실제 경험을 그대로 콘텐츠에 녹여냈습니다.

뱅크샐러드는 최근 사옥을 여의도로 이전하면서 공간을 경험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사옥 이전을 ‘더 높은 곳을 향한 여행’으로 정의하고 이사를 통해 겪게 될 구성원들의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여행 경험들로 채우고자 노력했습니다.

신사옥의 공간 설계도 인테리어 전문업체가 아닌 사내 경험디자인팀이 직접 기획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업무의 효율성과 일터 경험을 최적화하는 시도를 했는데 구성원들에게 더 나은 공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직원경험의 ‘끝판왕’인 우아한형제들의 오피스를 밴치마킹하면서 구체적인 영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대학내일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직원경험을 진솔하게 풀어낸 기업입니다. 초기 출판물 제작 사업에서 탈피해 MZ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문회사로 거듭나고 있는 대학내일의 조직문화는 수평적이고 구성원들의 소통도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대표를 직원의 투표로 선정하는 파격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직원 평의회, 사원 주주 제도, 고과 없는 자가 평가 제도, 팀별 이익 공유제, 유급 안식월 제도 등 직원을 조직 운영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대학내일만의 7가지 일하는 방식도 직원의 아이디어를 모아 도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누가 라인을 타’, ‘일은 끝나도 동료는 영원히’ 등과 같이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경험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인재상도 경험 설계 도구 중 하나인 페르소나 기법을 활용해 정의하는데 대학내일의 인재는 ‘뾰족하고, 씩씩하고, 솔직하고, 따뜻한 인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직원경험 관점으로 보면 대학내일이 여러 평가기관에서 직원 만족도 최상위 기업에 랭크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핵심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3 - 직원 경험에서 인간 경험으로>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