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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1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체 실업률은 높은 수준이지만 우수 인재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진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유통구조와 사업이 출현하면서 인재의 신규 수요가 증가하고 기존 인력의 재배치와 역량 강화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진 기업들은 핵심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일과 생활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이나 ‘직원 몰입(Employee Engagement)’을 넘어 다양한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 : EX)’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직원들의 실제 경험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 최고의 경험이 제공되도록 제도와 문화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직원경험은 결국 그 중심에 ‘사람’이 있다는 점에서 ‘인간경험(Human Experience)’으로 한 단계 더 진화 중입니다.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건 기업들

 

최근 들어 인재 전쟁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인재 전쟁이 없었던 적이 있었나 싶지만 오늘날의 인재 전쟁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MZ세대의 부상, 일하는 방식과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업들이 직원경험에 관심을 두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CEO스코어가 조사한 국내 500대 기업 순고용 인원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시기인 지난해 한 해 동안 인력 수요의 양극화가 진행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철강, 여신금융, 보험, 은행, 상사, 조선기계, 통신, 자동차, 부품, 생활용품, 건설 등 대부분의 업종에서 순고용 인원이 줄어들었습니다. 반면 순고용 인원이 증가한 업종도 있는데 IT 전기전자, 유통, 공기업, 석유화학, 증권, 제약, 지주, 에너지 등입니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해 전체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으나 업종마다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상세히 살펴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업 재편이 일어나면서 고용구조가 서서히 변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업종에서는 인력이 남아돌고 있으나 IT 전기전자 같은 경우 오히려 인력난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핵심 인재 모시기 전쟁

특히 지난해 말부터 IT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3월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게임회사 크래프톤은 개발자 연봉을 2000만 원 인상했고 엔씨소프트는 1300만 원 인상했습니다. 넥슨, 넷마블 등의 게임회사들은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씩 인상했습니다. 게임업종에서 시작된 인재 모시기 경쟁은 전기전자 대기업, 유통, 스타트업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관련 분야의 인재 모시기 경쟁은 한국보다 더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의 실업률은 최근 50년간 최저치로 떨어져 완전고용에 근접한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정보 산업에 있어 인력 부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요. 페이스북 등 많은 선진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치하기 위해서 통상적으로 고려되던 영역, 가령 임금에만 주목하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일하기 좋은 건강한 조직문화를 갖추는 것입니다.

임금은 직원이 여러 회사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이지만 일단 입사해 일을 시작하면 일상을 지배하는 변수가 될 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조직문화는 일터의 모든 세세한 부분을 지배하는 공기와 같은 존재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7년 미국의 취업 전문 사이트 글라스도어가 분석한 바에 의하면 조직문화와 가치관이 직장 만족도의 최고 예측 변수임이 밝혀졌습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오랜 속담처럼 직장에서 얻는 최고의 경험은 연봉이 아닐 수 있습니다. 프린스턴대의 한 실험에서도 미국 직장인의 행복은 연봉 7만 5000달러까지만 증가하고 그 이상에서는 차이가 없음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고연봉만으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단편적입니다. 오히려 연봉이 어느 정도 경쟁적이라면 이와 더불어 좋은 조직문화와 직원의 가치관을 반영해 주는 직장 환경이 인재를 유치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이러한 현상들은 최근 ‘직원경험(Employee Experience : EX)’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으며 기업 현장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왜 직원경험인가

조직 내에서 구성원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기업은 핵심 인재 전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인재들이 근무 현장에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 세계를 파악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Need)을 넘어서서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Want)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의 몰입도와 행복도를 높이고 이직 의지를 누그러뜨립니다.

직원경험 권위자인 제이콥 모건은 저서 ‘직원경험의 이점(The Employee Experience Advantage)’에서 미국의 직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17가지 경험 요소들을 분석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 맞춤형 기술, 기술 활용 가능성, 직원의 요구에 맞춘 기술, 업무 공간 옵션, 핵심가치를 반영한 물리적 공간, 친구나 손님의 방문이 자랑스러움, 직장 유연성과 자율성, 목적의식, 공정한 대우, 소중히 여겨진다는 느낌, 코치와 멘토 역할을 하는 관리자, 팀의 일원이라는 느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하며 이를 위한 자원의 제공, 조직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 다양성과 포용, 건강과 웰빙, 브랜드 평판 등입니다. 경험 세계가 다양하고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직원경험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경영계의 트렌드로 부각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고객경험이나 사용자경험은 오늘날 기업들이 거부할 수 없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데 그 본질은 사용자나 실수요자의 영향력 증가에 대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원경험은 인재들의 영향력 증가에 대한 기업의 조직관리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개인적 가치 그리고 가심비나 가잼비 같은 주관적 만족을 중시하는 경험의 경제(Economy of Experience)가 점차 중요한 ‘게임의 법칙’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 점에서도 직원경험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직원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직원경험을 주제로 한 대형 컨퍼런스나 집회, 행사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업계 최초로 ‘최고직원경험책임자(Chief Employee Experience Officer)’를 임명한 바 있고 생활용품 제조사 클로락스도 ‘직원경험 부사장(Vice President of People Experience)’을 임명했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전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링크드인 가입자 직함을 분석해 보면 전 세계 수많은 기업에서 ‘직원경험(EX)’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에 게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경험 프로그램 매니저’ 채용 공고를 보면 주 임무는 혁신적인 총체적 직원경험과 잊지 못할 순간들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비바(Viva)’라는 자체 직원경험관리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경험이 대두된 3가지 배경

이처럼 직원경험이 등장하게 된 당위성을 보여주는 세 가지 추세적 근거가 있습니다.

첫째,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삶보다 일과 직장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조직을 위해 삶을 희생하는 것이 미덕이었고 조직에서 얻는 성과물인 급여와 승진 등이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일 중심의 삶은 심각한 직무 소진, 만성 피로와 스트레스, 가정 갈등을 초래해 급기야 우리나라가 노동생산성 OECD 최하위국의 불명예를 얻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반성으로 우리 사회는 소위 ‘일과 삶의 양립(Work and Life Balance)’을 이상적인 일하는 방식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워라밸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워라밸의 본질은 직장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직장 밖의 여가 생활과 자기 만족적 삶으로 재충전하고 다시 일터로 돌아와 보다 더 몰입하기를 기대하는 모델입니다.

그런데 워라밸 모델은 여전히 직장은 ‘오래 있기 싫고 사람을 피곤하고 지치게 하는 곳’임을 은연중에 암시합니다. 결국 숨 막히는 직장이 아닌 자유로운 직장 밖에서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으라는 외침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에서 행복에 대해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결국 반쪽짜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또한 워라밸의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직장 밖의 삶에서 더 큰 만족감과 행복을 얻으면 얻을수록 직장은 더욱 머물기 싫은 곳으로 전락하며 업무에 몰입은커녕 반(反)몰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점에서 직원경험 모델은 워라밸 모델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직장은 그저 불행하기만 한 일터가 아니라 직원의 자아가 실현되는 ‘삶터’가 되어야 하며 행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장소가 아니라 행복이 만들어지는 바로 그 장소가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즉 ‘일과 삶의 통합(Work Life Integration)’이 직원경험의 궁극적 지향점입니다. 직원경험 모델은 일이 삶의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삶의 일부임을 가정합니다. 또한 일을 부담스러운 의무가 아니라 다양한 경험의 집합체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장은 직원과의 유기체적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기업은 계획성을 가지고 효과적인 경험 설계를 고민해 직원들의 부정 경험을 최소화하고 긍정 경험을 최대화함으로써 행복감과 몰입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일하는 사람이 변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노동 시장에서 점차 중심 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전 세대들과 구분되는 특성을 보입니다. 그들은 인터넷, 고도의 소통 기술과 도구, 스마트폰을 어려서부터 경험하면서 성장해 온 세대입니다. 따라서 친숙한 ICT를 통해 정확한 정보 습득과 처리에 상당히 능숙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MZ세대는 반복되는 경제위기와 저성장을 겪으면서 성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취업난과 자산 취득 기회 상실 등을 경험한 ‘N포 세대’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노력이 취업, 결혼, 주택 구입 등의 꿈을 실현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워라밸을 기반으로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최우선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MZ세대의 특성은 직장인으로서의 행동 경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소통과 수평적인 개인주의 조직문화를 선호하며 조직과 개인 간의 균형적 발전 관계 속에서 개인적 삶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임금이나 승진과 같은 거래적 보상에만 매달리지 않으며 개인적으로 일의 의미를 찾고 직장에서 겪게 되는 긍정적 경험을 통해 일에 몰두합니다. ‘경험’을 관리 포인트로 삼고 있는 직원경험 모델은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관리에 적합한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일하는 환경이 변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챗봇,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빅데이터 기반 애널리틱스 기법 등의 도움으로 업무의 편의성이 증대되었습니다. 이제는 직원들이 과거와 다른 차원의 일터 경험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이콥 모건의 또 다른 저서 ‘제이콥 모건의 다가올 미래(The Future of Work)’에 소개된 현재와 미래 업무 환경을 비교해 보면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직원들의 동기부여 상태를 의미 있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과거와 다른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하며 이것이 조직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한편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대면 접촉이 금지되며 기업들은 전격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했는데요, 재택근무는 업무 효율성 측면의 장점도 있었지만 동시에 기업에 많은 고민거리도 안겼습니다. 리더들은 구성원이 개인 공간에서 과연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 과거보다 많은 과업을 부여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구성원도 자신이 느슨해지지 않았고 맡은 일을 잘해 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업무에 몰입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리더들과 구성원 모두 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칫 과정을 무시하고 성과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관리 방식이 흐를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직급을 막론하고 임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극심해지고 있으며 리더와 구성원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업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직원경험에 관심을 두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핵심 인재 전쟁에서 승리하는 법 2 – 성공적인 직원 경험 디자인하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