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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심리와 위험한 리더십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불안이 고조되는 동시에 안전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업에도 안전 문화가 조성되는 게 시급한 상황입니다. 조직 구성원의 안전심리를 위해 리더는 어떻게 소통하고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요.
 

‘램프 증후군’이란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는 성향을 말합니다. 동화 속 요술램프는 문지르면 요정 지니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램프를 문지를수록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불안이 반복되던 중에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 누구도 바이러스가 이렇게 빨리 퍼지고 변형될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백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완전히 종식되기까지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만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지만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언택트 문화는 우리 사회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미용실에서 고객에게 말을 걸어도 되는지 미리 설문조사를 하는가 하면 상점에서는 직원의 도움 없이 혼자 쇼핑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직접 통화하기보다 간단한 메시지나 이모티콘으로 소통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한 블렌디드 러닝은 코로나로 인해 더욱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기업에서는 앞으로 해외 출장을 갈 일이 줄어들 것입니다. 화상회의로 출장 업무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재택근무와 홈트레이닝이 늘어났고 불안을 달래기 위해 ‘힐링’이 이 시대의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생긴 또 하나의 변화는 공간 제약이 해제되었다는 점입니다. 학교나 기업은 이제 많은 건물을 소유할 필요가 없어졌고 역설적으로 소통은 강화되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갇혀 있다 보니 소통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동안 발달한 디지털 문화를 통해서 소통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러한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리더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조직 내 안전 문화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그리고 둘째, 일방향 소통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어떻게 하면 잘할 것인가입니다.
 

누가 사고를 일으킬 것인가

300대 29대 1. 이것은 미국의 유명한 보험설계사 하인리히가 만든 법칙입니다. 즉 300번의 작은 사고가 일어날 때 상해를 입을 만큼의 사고가 29번 일어나고 목숨을 잃을 만큼 치명적인 사고가 1번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하인리히 법칙은 재난이 일어나기 전의 징후와 경고를 무시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젊은 병사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지금도 1년에 최소 20명 정도 귀한 아들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습니다. 실제로 군에서 추산한 통계를 보면 사고가 일어날 개연성이 5~10%에 이릅니다. 그 중 2%는 오늘 당장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확률입니다. 따라서 어느 조직이든 평상시 안전 문화를 형성해 놓지 않으면 사고를 막기 어렵습니다.

특히 조직에서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많이 필요한 사람이 중간관리자입니다. 이들은 상사를 신경 쓰는 동시에 젊은 세대와도 소통해야 합니다. 이처럼 중간에 낀 세대, 특히 예민하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건강 관리가 절실합니다.

이와 관련해 ‘관리직 원숭이’라는 심리학 실험을 살펴봅시다. 심리학자 조셉 브래디는 원숭이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 쇼크를 줬습니다. A 집단에게는 아무리 피하려 해도 계속해서 쇼크를 줬고, B 집단에는 쇼크를 주되 레버를 누르면 잠시 쇼크를 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3주가 지난 후 두 집단의 원숭이를 비교해 봤습니다. A 집단 원숭이들은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늘어지고 우울한 상태였습니다. B 집단 원숭이들은 놀랍게도 상당수가 죽었습니다. 부검을 해봤더니 B 집단 원숭이들의 내부 장기가 상당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쇼크를 피하려면 제때 레버를 눌러야 하니 늘 긴장 상태에 있었고 이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입니다.

리더는 조직의 안전을 위해 누가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며 누가 조직에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인지 분별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누가 사고를 일으킬 사람일까요.

조직 내에서 규정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간 약속 같은 작은 규정을 무시해서 지각과 결근을 반복하며 그때마다 변명하기 일쑤입니다. 또 충동적인 사람들은 창의적일 수는 있지만 데드라인을 잘 못 맞추고 실제로 사고를 잘 일으킵니다. 이 외에도 반복적으로 사고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고 질환을 방치하며 부정적인 말을 퍼뜨려 조직 분위기를 흐립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예측 지표는 말이 아니라 과거의 행동이라는 사실입니다. 리더는 열심히 하겠다는 상황 설명이 아니라 그 사람이 과거에 습관적으로 보여준 행동이나 기록을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
 

누가 위험한 상사인가

사람은 누구나 특정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에게 유독 힘든 상사가 있다면 그건 나의 어떤 성격이 그 사람의 특성과 맞물렸기 때문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내 안에 없는 어떤 것도 나를 힘들게 할 수 없다”라고 말했듯 나에게 민감한 측면이 타인의 특성과 연동작용을 일으킬 때 불편해집니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위험한 상사를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합니다. 첫 번째는 ‘기계형’으로 강박적 성격을 가진 상사입니다. 이 유형은 이성적 판단에 익숙하고 꼼꼼하며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융통성이 없고 감정적 교류에 약해서 부하직원에게 차갑게 대하며 별것 아닌 일까지 시시콜콜 주의를 시킵니다.

기계형 상사는 느닷없이 심하게 화를 낼 때가 있으며 특히 규칙을 어기거나 실수하는 것을 참지 못합니다.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겠지만 부하직원은 혼나지 않기 위해 늘 긴장하게 됩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53.26%가 완벽주의적 성향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만큼 한국이 완벽주의를 권하는 사회라는 증거입니다.

두 번째 유형은 ‘격정형’으로 편집적 성격을 보입니다. 이 유형은 윗사람에게 잘하고 의전에도 강하지만 아랫사람에게는 먼저 인사하지 않습니다. 부하직원을 대할 때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려서 일종의 라인을 만들어 편 가르기를 합니다. 그의 눈 밖에 난 구성원도 괴롭지만 라인에 속한 직원들조차 언젠가는 내쳐질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립니다.

격정형 상사는 상당히 다혈질이어서 사소한 한마디에도 버럭 성질을 낼 때가 많습니다.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 적이라 생각하며 한 번 분노의 대상으로 삼으면 집요하게 공격합니다. 이런 상사에게는 변명이나 반박을 할수록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됩니다. 불신과 의심, 적대감을 가진 격정형 상사는 조직 내 갈등과 불화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세 번째 유형은 ‘자기애형’입니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자기 자랑이 많은 유형입니다. “나 같은 사람 있으면 나와봐”란 식의 자기 과시를 일삼으며 실수해도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채기도 합니다. 유능하다고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경솔하게 맡을 때도 있습니다.

네 번째 ‘모략형’은 가장 대하기 어렵고 위험한 유형입니다. 심리학에서 ‘반사회적 성격’이라고 말하는 이 유형은 무책임하고 폭력적이며 구성원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모략형 상사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평판과 성과일 뿐 과정은 개의치 않습니다. 부하직원이 과로로 쓰러져도 개인적 희생은 조직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러한 상사는 360도 다면평가로도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든 발본색원하기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 구성원들이 상담실에서조차 얘기하길 꺼리기 때문입니다.
 

소통의 맹점은 없는가

중간관리자가 특히 힘든 이유는 패러다임 변화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조직에 충성했지만 그의 다음 세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진 패러다임이 공유되지 않는 것입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공정성과 자기 주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음 세대인 Z세대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더 따집니다. 합리적 세대로 불리는 Z세대는 안정적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상사와 소통할 자세를 갖췄습니다. 반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는 칼 같은 면이 있습니다.

이처럼 세대 간 관점이 확연히 다르기에 당연히 갈등은 존재합니다. 하물며 스마트폰으로 정보검색을 하는 방법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이나 오해는 피할 수 없으며 타인과 만나 협업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도전적인 일입니다. 이때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겠습니까.

리더로서 조직원들과 소통할 때 나만 이야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언젠가부터 나 혼자만 말하고 있고 싸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그때는 멈춰야 할 때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말하더라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욕구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과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면 ‘두려움’이란 단어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들이 뭔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사와 부하직원 간에는 엄연히 힘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윗사람이 하는 말이 직원들에게 똑같은 강도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조직 구성원들은 실수나 사고를 저질렀을 때 관리자의 질책을 예상하고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나치면 실수를 은폐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작은 실수라도 걱정하지 말고 보고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합니다. 리더가 안전을 우선으로 한 복지에 관심 있음을 강조하고 안전 절차에 따르고 안전 활동에 참여하는 행동을 장려해야 합니다.

개념의 부재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어느 백인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시다. “나는 한 번도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한 적 없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왜 나에게 인종 차별주의자라고 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역차별이다.” 물론 그 사람으로선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 흑인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당신이 차별했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는 흑인이기 때문에 경찰의 불심검문 같은, 당신이 경험하지 않은 많은 불이익을 경험하고 있다.” 그에겐 매일의 삶 자체가 다르게 느껴진 것입니다. 반면 백인은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아무리 좋은 상사이고 진심으로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부하직원이 겪는 것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전혀 다르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리더는 자신에게 이런 맹점이 없는지, 상대의 개념을 이해하려는 감수성이 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보다 격려를

리더는 구성원들의 안전심리를 신경 쓰는 동시에 적절한 칭찬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 앞에서 한 사람만 두드러지게 칭찬하는 방식은 옳지 않습니다. 칭찬받는 사람은 기분 좋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불편해하거나 시기할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자칫 팀이 균열될 수 있습니다.

어떤 부분을 칭찬할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 캐럴드웩은 실험을 통해 칭찬의 효과를 알아봤습니다. 지능 수준이 비슷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모아 두 집단으로 나눈 후 A 집단에게는 똑똑한 지능을 칭찬하고 B 집단에게는 열심히 노력한 과정과 의지를 칭찬했습니다.

이후 두 번째 지능검사를 한 결과, A 집단은 성적이 20% 떨어진 반면 B 집단은 성적이 올랐습니다. A 집단 아이들은 똑똑하다고 칭찬받았는데 그걸 유지하지 못할까봐 불안해했고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기보다 쉬운 난이도에 머무는 걸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과정을 칭찬받은 B 집단 아이들은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습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업적을 칭찬받은 사람은 다음에 기대에 못미치는 업적을 낼까봐 두려워합니다. 따라서 칭찬할 때는 과정을, 더 나아가 칭찬보다는 격려를 하길 권합니다. 칭찬은 칭찬하는 사람이 바라는 방향으로 유도하지만 격려는 격려 받는 사람이 스스로 바라는 방향으로 가길 촉진합니다.

결국 프로페셔널한 리더가 조직을 안전하게 만들고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프로란 다른 사람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한 일을 타인이 쉽게 따라하거나 모방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프로가 아닙니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중요한 것은 ‘계획된 우연’입니다. 우리 삶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연히 일어난 일이 틀어졌을 때, 예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을 만났을 때 이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계획된 우연을 살릴 수 있는 프로인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영인들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 본 칼럼은 KMA가 주최한 리더스포럼에서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강연 내용을 요약하였습니다.

 

박예진 기자 yejin@kma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