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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시대의
패러다임 시프트-산업별 미래 경영 패러다임

 COVID-19 팬데믹은 사회 모든 부문과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고 심층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업들은 COVID-19 발생 이후의 근본적으로 달라진 환경에 적합한 ‘경영 패러다임’을 신속하게 찾아내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광, 자동차, IT, 조선, 유통 등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은 COVID-19 팬데믹으로 어떤 변화를 겪었고 향후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분석해 봅시다. 

 

아무리 급진적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하더라도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부문이 똑같이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변화의 시기와 정도, 방향은 각 부문마다 모두 다릅니다. 패러다임 전환으로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 변화가 발생하기는 하지만 어떤 분야는 근본적으로 완전히 재구성되는 반면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영향만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사회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기준으로 볼 때 인류역사상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불리는 ‘대량생산-대량소비’를 중심으로 한 20세기 초 현대 산업사회의 탄생도 사회의 모든 부문들을 똑같은 정도로 변화시키지는 않았습니다.

사회의 많은 부문들은 효율성과 규모, 합리성을 강조하는 산업사회 논리에 따라 재편되었지만 종교나 민족집단 등의 분야는 오히려 전통적 방식으로 더 강하게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 당시 산업구조의 변화를 보더라도 비록 상대적 중요성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최고급 시장 세그멘트는 대량생산으로 대체되지 않고 여전히 개인의 역량을 기반으로 한 장인 생산 방식이 주도했습니다.

현재 COVID-19 팬데믹도 대부분의 산업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러 산업들을 서로 비교해 보면 그 변화의 시기와 정도, 방향에서 상당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경영자들이나 정책 담당자들이 COVID-19 팬데믹의 영향과 예상되는 결과를 과도하게 일반화해 모든 산업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패러다임 전환이 모든 산업에 동일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미미한 경우도 못지않게 많습니다. 각 산업의 독특한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산업조직경제학에서는 기업과 같은 경제 행위자의 성과와 경쟁력은 그 행위자 자체의 역량이나 자원보다는 각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의해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합니다.

경영학에서는 대표적 전략경영학자인 마이클 포터가 유사하게 각 산업별로 공급자들의 협상력, 바이어들의 협상력, 대체제의 가능성, 신규 진입에 대한 장벽, 경쟁자 관계 등 경쟁의 구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산업에서 사업을 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각 산업은 서로 다른 구조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 경제의 거시적 조건들이 모든 산업에 똑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각 산업의 구조에 따라 차별적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물론 각 산업의 구조는 전체 경제 수준의 거시적 환경이 변화하면 당연히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인구의 구성이나 소비자 특성, 디지털 전환과 같은 기술 발전은 특정 산업의 경계를 넘어 광범위한 산업들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COVID-19 팬데믹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산업이 아니라 전체 사회가 충격적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의 실제 영향은 각 산업별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산업별 차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가별 차이입니다. 국가 경제의 성숙도와 규모, 경쟁력은 나라별로 서로 다르며 각 국가 경제를 구성하는 산업들의 포트폴리오 또한 극도로 다양합니다. 따라서 COVID-19 팬데믹의 영향은 각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COVID-19 팬데믹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적 수준에서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우며 각 국가와 각 산업별로 차별적 평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에서 COVID-19의 영향력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측되는 관광, 자동차, IT, 조선, 유통 산업을 살펴보고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COVID-19 팬데믹과 핵심 산업들의 변화

1. 관광-새로운 관광 패러다임 혁신의 촉발제

직관적으로도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다양한 지역으로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의 이동이 핵심인 관광 산업은 바이러스의 경계를 넘어서는 이동에 의해 촉발된 COVID-19 팬데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산업 중 하나입니다. 세계관광기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해외 관광객의 72%가 급감했으며 경제적 손실액은 1020조 원에 달했습니다.

국내 관광 산업도 예외가 아닙니다. COVID-19 발생 이후 해외여행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자 여행사들의 실적은 단숨에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여행사들은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자 했으나 이런 대책도 미봉책에 지나지 않자 일부 주요 여행사들이 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COVID-19 위기는 그 직전까지 성장일로에 있던 우리나라 관광 산업 전반의 심각한 침체로 이어졌습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사이 업종별 관광레저 소비지출 규모는 2019년 대비 여행업(-79.6%), 면세점(-70.6%), 카지노(-69.6%), 항공사(-69.4%) 등에서 크게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중반 이후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굳게 닫혀 있던 해외 여행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9월 국내선 여객 수는 8월 대비 7% 감소했지만 여행 안전 권역을 의미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시행 중인 국가가 증가하면서 항공사들이 사이판, 하와이, 괌 등 휴양지 노선을 재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업계 1위 하나투어는 필수 근무 인력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무급 휴직을 시행한 지 1년 6개월 만에 정상 근무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외 확진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국가 간 트래블 버블 합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관광 산업의 미래 환경은 불확실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준 통계가 바로 지난해 중반 COVID-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다른 모든 여행 관련 통계들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렌터카 업종의 매출이 5.3% 증가한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조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승용차를 이용한 가족 중심의 소규모 국내여행이 증가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시장 피드백은 여행업체들에게 원거리 단체여행 중심의 기존 시장 전략에서 탈피한 다양하고 새로운 여행상품 개발의 필요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글로벌 여행 산업의 경우에도 COVID-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은 선두 주자 에어비앤비가 근거리 여행이나 장기 투숙 프로그램, 개인별 맞춤화된 콘텐츠와 결합된 여행 프로그램, 이색적 지역으로의 여행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 상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올해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공격적으로 탐색하고 있습니다. 즉 COVID-19 팬데믹은 관광 산업에 직접적 타격을 주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관광 패러다임을 찾는 혁신의 촉발제도 된 것입니다. 

 

2. 자동차-친환경차와 사상 최대의 산업구조 변화

COVID-19 팬데믹은 현대 산업사회가 형성된 20세기 초 이래 대표적 제조업이던 자동차 산업의 구조를 100년 만에 최대의 규모와 범위로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COVID-19가 자동차 산업에 가장 큰 타격을 가한 것은 공급망입니다.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생산망과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산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초 COVID-19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각국 공장에서 감염자들이 발생하자 공장 가동이 멈추고 글로벌 공급망이 교란받으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투자가 위축되었으며 신차 출시가 연기되는 등 여러 악재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은 리쇼어링(Reshoring)이나 모듈화 등을 통해 세계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을 줄이는 등 COVID-19 팬데믹이 초래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초 COVID-19 발생으로 위축되었던 자동차 시장이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신차 출시 확대 등 적극적 대응 정책에 힘입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구되고 중국 자동차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국내 제조사들의 실적은 COVID-19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의 자동차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생산과 수출이 지난해 대비 각각 11.5%, 27.9% 증가했습니다. 특히 수출금액은 236억 달러로 2014년 252억 달러 이후 최고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부품 수급 차질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의 수요 증가와 국내 제조사들의 상품 경쟁력이 높아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COVID-19 팬데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과 신성장을 촉발하는 계기도 되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의 산물인 COVID-19의 확산이 전 세계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경각심을 고취시키면서 전기차나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수요를 폭증시킨 것입니다.

팬데믹 발생 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과 제조사들의 적극적 투자로 인해 친환경차 판매 실적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EU는 2050년까지 완전한 ‘기후 중립(Net-zero)’의 달성과 경기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1조 유로 규모의 저탄소 산업 투자를 발표했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 제조업의 탈산소화를 골자로 하는 ‘그린 뉴딜’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공격적 친환경 정책 발표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진화, 공급망의 탈세계화, 판매망의 디지털화 등과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체에 엄청난 불연속적 환경 변화를 발생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모든 자동차업체들은 생산과 판매, 연구개발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20세기 초 자동차의 제조와 판매가 포드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산업화된 이래 가솔린 엔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해 오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100년 만의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3. IT-전면적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IT 산업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생산과 판매라는 기업 경영 활동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단계에서 정반대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먼저 생산 측면에서는 다른 제조업들과 마찬가지로 IT 산업도 COVID-19 확산 초기 심각한 공급망 교란과 생산 차질의 타격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IT 산업은 글로벌 생산 거점인 중국 내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공급 차질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소득 감소와 소비심리 위축, 경기침체 등으로 판매 단계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COVID-19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IT 산업의 시장 성장에 예상하지 못한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호작용의 비대면화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기술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는 상당히 먼 미래의 일로 인식되던 대인 접촉의 전면적 디지털화가 갑자기 바로 눈앞에 다가오게 된 것입니다.

COVID-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방역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기업들의 경영 활동은 물론 고객들의 구매 활동을 대폭 비대면 상호작용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단순히 상호작용의 매체를 대면 접촉에서 디지털로 바꾼 것을 넘어 전통적인 대면 경제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새로운 가능성들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같은 디지털 전환의 핵심 기술에 기반해 고객들의 구매 패턴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물리적인 제약조건을 초월한 실시간 거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연결, 초지능, 사이버 물리 시스템 등을 핵심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본격적 도래가 COVID-19의 확산으로 갑자기 앞당겨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헤게모니가 100여 년 전 등장한 양적 효율성 극대화 중심의 거대 제조업체들로부터 창업된 지 불과 20년 내외밖에 안 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의 IT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예를 보면 IT 산업의 시장 수요 측면에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비대면 활동이 급증하면서 화상회의, OTT 등 관련 온라인 서비스의 수요가 폭증했습니다. 대표적 예가 COVID-19 발생과 함께 전대미문의 속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비대면 교육과 화상회의 전문업체인 ‘줌(ZOOM)’입니다.

또한 홈쇼핑, 홈트레이닝 등 ‘홈코노미(Homeconomy)’가 부상하면서 스마트TV, 디지털 운동기기 등 관련 IT 제품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비대면 상호작용의 확대를 통해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되면서 모든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것이 IT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국내 IT 산업은 해외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에서의 생산비중이 낮고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생산망이 다변화되어 있어서 공급 차질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비대면 서비스 수요 확대로 컴퓨터, TV, 공기청정기 등의 수출이 급증해 COVID-19로 인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COVID-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시장의 불안정성, 디지털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 미·중 분쟁으로 인한 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서 기업들과 정부의 긴밀한 공동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4. 조선-위기 상황에서의 글로벌 경쟁우위 

조선 산업은 COVID-19 발생 직후 각국 국경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화물 운송 수요가 대폭 축소되면서 신조선 발주량이 2019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국경 폐쇄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이 나름대로 팬데믹 대응 정책을 실행하면서 지난해 중반부터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전체를 보면 세계 발주량과 발주액은 각각 33.9%, 46.9% 감소했고 세계 건조량 역시 14.7% 감소하면서 글로벌 조선 산업도 COVID-19의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지난해 상반기 수주 점유율이 16%대까지 하락하면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4분기에 집중적으로 수주 증대에 박차를 가하면서 연말에는 전체 글로벌 시장점유율 42.5%를 달성해 41.2%를 달성한 중국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습니다.

특히 국내 조선 산업이 지난해 4분기에 기록한 수주량은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35.4% 증가한 수준으로 2013년 이후 최대 실적입니다. 이 성과는 팬데믹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의 높은 제품 경쟁력이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겨낸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해운 운임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해운 시장의 수익성이 대폭 증가하고 신조선에 대한 투자 확대로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발주량이 급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세계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1.5% 증가했으며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은 1505.8%나 증가하며 세계 발주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이 같은 활황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는 43.6%에 도달했습니다. 상반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77.4% 증가한 1047만CGT¹⁾를 기록했으며 상반기 수주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96.7% 증가한 267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해운 수익 증가로 인한 발주량의 증가세가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나 국내 조선 산업의 수주 잔량은 상반기 동안 17.8% 증가해 2년치 이상의 안정적 일감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또한 LNG선 발주량이 점진적인 증가세에 있어서 컨테이너선의 발주 감소를 보완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볼 때 조선 산업은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일부 부정적 영향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 요인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조선업체들이 그동안 축적해 온 강력한 기술 경쟁력과 생산 역량이 팬데믹 상황에서의 치열한 경쟁에서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우리 조선업체들의 탁월한 핵심 역량은 팬데믹과 같은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생존과 성장에 강력한 경쟁우위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5. 유통-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 경쟁

COVID-19로 인한 산업구조의 변화 측면에서 다양한 산업들 중 단연 가장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유통 산업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통 산업은 팬데믹과 함께 경영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유통 산업은 단일 산업 중 사업체 수가 가장 많으며 종사자 수도 제조업 다음으로 많은 대표 산업 중 하나입니다. COVID-19 팬데믹은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에게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급격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상반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비대면 채널이 유통구조의 중심으로 등장한 것을 계기로 ‘게임의 규칙’ 자체가 바뀌면서 생존 위기에 빠진 전통적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조직 개편 그리고 사업 전략의 전면

수정 등을 통해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섰습니다.

이처럼 유통업계는 COVID-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이 결합되는 최전선의 접점으로서 모든 경계를 초월한 무한경쟁과 전방위적인 상시 창조적 혁신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유통 산업의 미래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으며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 경쟁의 결과에 따라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입니다.

이에 알리바바의 윌리엄 자오 시니어 디렉터는 “미래 유통업에서는 온·오프라인 융합으로 보다 다차원적인 쇼핑 경험이 생성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런 측면에서 COVID-19가 새로운 사업 기회와 신성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현재는 온라인 유통의 장점에 더해 오프라인 유통의 ‘즉시성’과 ‘현장성’을 융·복합화하는 새로운 유통 형태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 CGT(Compensated Gross Tonnage) : ‘실질적인 작업량의 크기’를 표시하는 것으로 선종·선형별 공사량, 건조능력 산출, 수주, 건조, 수주 잔량, 통계작성 등에 이용

 

책임 집필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정대훈 국립강릉원주대 경영학과 교수 chung@gwnu.ac.kr

 

기획·취재

박예진 기자 yejin@kmac.co.kr

이동언 기자 lee_d_e@kmac.co.kr

 

정리 이동언 기자 lee_d_e@kma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