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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격 리더십이 부상한다

 

재택근무가 이제는 사무실 근무와의 혼합 형태인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 초기에 기업들은 원격근무자들의 생산성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초점을 두었으나 이제는 관점이 리더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원격 리더십(Remote Leadership)’에 대해 소개합니다. 

 

COVID-19 사태가 지속됨에 따라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일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구글은 ‘3+2’ 체제를 올해부터 도입하는데요. 주중 3일은 사무실, 나머지 2일은 집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COVID-19 사태 초기에는 이런 방향의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재택근무는 임시적인 방편이었고 따라서 재택근무자들에 대한 관리는 기업들에게 큰 관심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진전되지 않은 채 2년의 시간이 흘렀고 기업들은 고육지책으로 하이브리드형 일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상황은 대면과 비대면 일하는 방식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이에 따라 비대면으로 일하는 상황에서의 리더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원격 리더십이란

원격 리더십은 학문적인 연구가 아직 활발하지는 않으나 COVID-19가 발생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존재하던 개념입니다. 선진 기업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인력들로 구성된 글로벌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상당수 리더가 팀 구성원과 동일한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원격 리더십에 대한 니즈가 존재해 왔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긱 이코노미가 확산됨에 따라 프리랜서들이 증가해 이들과의 협업에서도 원격 리더십의 니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격 리더십이란 ‘구성원과 지속적인 대면 접촉이 없는 비대면 상황에서 구성원의 성과를 관리하고 소속감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리더의 자질’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분산된 조직을 이끌기 위해 기존의 리더십 스타일을 바탕으로 애자일 방법론 요소인 신속성과 유연성을 가미한 개념입니다.

원격리더십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인 케빈 아이켄베리와 웨인 터멜은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원격 리더십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이 모델은 ‘리더십과 매니지먼트’, ‘툴과 테크놀로지’ 및 ‘스킬과 임팩트’의 3가지 연동 기어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의 가장 큰 기어인 ‘리더십과 매니지먼트’는 리더 본연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이는 리더가 보여주어야 할 행동들로 일반적인 리더십과 동일한 개념입니다. 원격 리더십은 한 공간에서 함께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기존의 리더십과 동일한 콘텐츠와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의 중간 크기 기어인 ‘툴과 테크놀로지’는 원격 근무를 이끌어 가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인프라로 대면 리더십과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업무에 적합한 툴과 테크놀로지를 선정해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데요. 이는 리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며 조직 차원에서 업무의 성격과 조직문화 등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 가장 작은 크기의 기어인 ‘스킬과 임팩트’는 이러한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좋은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것과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될 수도 있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볼 때 이 기어가 가장 중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오롯이 리더의 역량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서번트·공유 리더십의 확장판

원격 리더십은 간략하게 서번트 리더십, 공유 리더십의 비대면 상황으로의 확장 버전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서번트 리더십은 ‘타인을 위한 봉사에 초점을 두고 자신보다는 종업원, 고객 및 커뮤니티를 우선으로 그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으로 정의됩니다.

기존 리더십의 목적이 ‘조직의 목표 달성’ 중심인 반면 서번트 리더십은 조직의 목표 달성뿐 아니라 ‘구성원의 성장’도 함께 추구합니다. 기존 리더십이 과업 달성과 관계 유지에 대해 공과 사를 구분하는 이원론적 접근을 하는 반면 서번트 리더십은 통합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유 리더십은 ‘조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이 리더십 역할을 공유하는 상호작용 프로세스’로 정의됩니다.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의 가장 큰 차이는 리더십의 주체입니다. 즉 리더십을 수행하는 주체가 리더 개인에서 조직 구성원으로 변화합니다. 공유 리더십에서의 공유란 리더의 역할을 공유하는 것뿐 아니라 조직의 비전, 권한과 책임, 정보 등을 공유한다는 의미입니다.

원격 리더십은 한마디로 서번트 리더십과 공유 리더십 등 기존 리더십에 IT 소통 기술 활용 능력을 포함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은 소통 스킬을 비대면 상황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는가가 관건입니다. 즉 소통 도구를 활용하는 역량이 원격 리더로서 자질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원격 리더들 혹은 원격 리더가 될 사람들은 소통 도구 활용법을 꾸준히 배워야 합니다. 소통 도구들은 끊임없이 개선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를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의 아이러니가 존재합니다. 리더가 새로운 소통 툴을 사용하지 않으면 직원들에게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무능해 보이지만 정작 리더는 자신이 무능해 보이고 서툴러 보이는 것이 싫기 때문에 새로운 툴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리더의 태도와 그로 인한 정체만이 아닙니다. 이를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리더에 대한 시선입니다. 업무 차원뿐 아니라 소통 차원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는 리더를 보면서 직원들은 동기부여되지 않고 이는 업무 성과로 반영됩니다.

미국 MIT대와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나이의 연구에 따르면 IT를 잘 다루는 리더들이 전체적인 리더십 평가 점수도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IT를 잘 다루는 리더가 전반적인 리더십 평가도 좋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교육 컨설팅사 하이퍼아일랜드에서 주장하는 원격 리더십의 성공 요인은 소통, 창의적 협업, 피드백과 기술입니다. 여기서의 기술이 바로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도구와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소통, 협업, 피드백은 기존 리더십에서도 늘 강조되는 사항이지만 기술은 원격 리더십에서 언급되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입이 아닌 발

원격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기존 리더십에서도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원격 리더십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 COVID-19 사태 이전에 수행된 조지아서던대의 원격 리더십 관련 연구는 이러한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220개의 팀을 대면 팀, 가상 팀, 하이브리드 팀으로 나누어 과제를 수행하게 한 후 팀원 중 향후 리더가 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대면 팀 구성원들은 매력적이고 자신감 있고 외향적이고 말을 잘하는 사람을 리더로 선정했습니다. 반면 가상 팀과 하이브리드 팀 구성원들은 동료를 도와주고 지원하며 실제로 부여된 일을 진척시키고 완성하는 사람을 리더로 선정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여기에는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대면 팀 구성원들은 리더로 선정된 사람의 언변과 분위기에 휩쓸려 부여된 과제(공식성)와 해당 인물과의 관계(비공식성)를 혼재해 판단했습니다. 반면 가상 팀과 하이브리드 팀은 과제(업무)와 관계가 분리되어 업무에 집중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처럼 비대면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면 사람 간 관계보다 업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재택근무는 업무 강도를 중시하기보다 일의 효율을 중시하는 근무 형태이기 때문에 기업의 통제 시스템도 근로자들의 명확한 업무 절차의 제공, 재택근무 지원 시스템과 제도, 긴급 상황 발생 시 처리 매뉴얼 등 효율을 높이기 위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감성 터치와 구성원별 차별화된 소통 중요

원격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스킬은 업무 측면에서는 소통 도구를 활용해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이고 관계 측면에서는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한 포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기대’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더가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면 구성원은 업무나 관계 차원에서 동기부여되지 않습니다.

원격 리더에게 업무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은 소통입니다.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며 대면 상호작용에 익숙한 리더는 비동기식(Asynchronous)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원격근무자로부터 항상 즉각적인 응답을 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은 리더뿐 아니라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소통이 비동기식으로 발생하면 정보 충실도가 낮아지고 신체 언어 표현 부족 등으로 인해 잘못된 의사소통의 위험성도 더 커지게 되죠.

따라서 원격 리더는 비동기식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소통 방식을 배우고 물리적 거리에 관계없이 디지털 영역에서 안정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 중 한 가지는 인스턴트 메시지와 이메일에서 대면 관계의 따뜻함이 손실되지 않도록 항상 예의를 갖춰서 작성해 글을 읽는 사람이 건조함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이다. 즉 이메일의 시작을 ‘안녕하세요’라는 지극히 형식적인 인사로 시작해 바로 본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근황을 물어본다든가 그날의 날씨를 이야기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별 차별화된 소통이 답입니다. 이를 통해 소속감 등의 심리적 안정감을 강화할 수 있는데요. 소속감은 재택근무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IBM이 2017년 재택근무 폐지를 결정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재택근무자들의 소외감이었습니다.

 

원격 리더십도 리더십이다

일하는 방식뿐 아니라 모든 것이 하이브리드화되는 세상입니다. 이제는 리더도 하이브리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까지 원격 리더십을 이야기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원격 리더십도 대면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대면 리더십과 원격 리더십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하나의 아이러니 사례를 이야기했는데 원격 리더십에서의 아이러니는 또 있습니다. 경력이 많은 리더들은 리더십 역량은 우수하나 테크놀로지 활용에는 미약하고 신임 리더들은 테크놀로지 활용에는 자유롭지만 기본적인 리더십 역량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테크놀로지라기보다는 리더십 역량입니다. 테크놀로지 역량보다 리더십 역량이 선행 조건입니다. 즉 테크놀로지 역량만 있고 리더십 역량이 없으면 조직 운영이 안 되지만 리더십 역량은 있고 테크놀로지 역량이 없어도 조직은 돌아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또 상대적으로 테크놀로지 역량보다 리더십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난이도 측면에서 비용이 더 많이 듭니다. 따라서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원격 리더십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더십 역량이 중요합니다.

 

조성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sizif@posri.re.kr

 

====본문 내 Box형 기사====

원격 리더십의 19가지 원칙

 

1. 리더십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근무 장소는 그다음이다.

2. 원격 리더십은 일반 리더십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3. 원격근무를 하면 대인관계의 역동성이 바뀐다는 것을 이해한다.

4. 디지털 소통 툴을 장애물이나 핑계거리가 아닌 소통 수단으로 활용으로 한다.

5. 3가지 초점, 즉 성과, 직원, 리더 자신에게 맞춰서 리더십을 발휘한다.

6. 리더로서 성공하려면 여러 종류의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

7. 목표 설정에 그치지 말고 그것을 달성하는 데 역점을 둔다.

8.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하더라도 코칭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

9. 리더 자신의 선호보다는 직원 업무에 적합한 소통 툴을 사용한다.

10. 직원들의 행동뿐 아니라 생각을 이해한다.

11. 원격근무에서의 신뢰관계는 우연히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12. 어떤 결과가 나와야 하는가를 먼저 파악한 후에 소통 방법을 선정한다.

13. 소통 툴 활용도를 최대로 높이지 않으면 업무 효과는 최소화된다.

14. 피드백을 요청해 성과, 직원, 리더 자신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

15. 자신의 신념을 점검해 봐야 한다. 이것이 리딩 방법을 결정한다.

16. 리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17. 탁월한 원격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우선순위를 정한다.

18. 리더십 역량을 개발하는 것은 원격 리더가 되기 위한 사전 준비이다.

19. 위의 원칙을 모두 지키지 못한다면 원칙1을 기억한다.

 

자료 : 케빈 아이켄베리·웨인 터멜 ‘원격 리더십’